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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길을 제시한 라오스-이희섭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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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LEA 댓글 0건 조회 2,108회 작성일 23-03-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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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내 인생의 길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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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흥분을 가라앉히면 편안한 숙면을 이루게 한다. 불면증과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묻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러면 나는 고양된 흥분을 가라앉히는 훈련을 했다고,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훈련을, 아마도 했던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훈련의 실체는 없다. 아직도 더듬더듬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있지만 무언가의 욕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전혀 불편감은 없다. 다소 피곤하다는 것 이외, 그전처럼 온 몸이 아프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사라졌다.


임상적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이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것으로부터 많이 관대해진 것은 사실이다. 잠을 조금씩 자기 시작하면서, 우울감은 차츰 감정으로 환산되지 않고 그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 되었다.


우울증과 불면증, 이 몸쓸 것에 빼앗긴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내 친구 통사의 죽음에 대한 감정처리였다. 내 몸이 허락하지 않았던 그의 죽음이 점점 현실감으로 되살아나, 어떻게 그가 죽었지.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눈물이 멈추질 않고 쏟아졌다. 몇날 며칠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통증이 사리진 틈으로 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 좌절, 분노의 마음이 찾아 들었다. 내 친구, 통사, 강릉 단오 축제에 초청된 통사를 찾아서 회의실을 박차고 들어섰을 때, 그는 ‘아시아 민속분과 위원장 자격으로 원고를 발표하다 말고 덥석 나를 끌어안았다. 


굉장히 엄숙한 자리였다. 나는 회의장 문을 열고 잠시 그를 찾아 눈을 두리번거리는 순간 당한 이 테러(?)는, 어쨌든 모든 청중들은 우리 둘에게 시선을 향했다. 진실한 우정은 뭘까? 그는 한 삼 분여를 나를 꽉 끌어안은 채 놓지 않았다. 그의 발표를 듣고 있던 다양한 눈길들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 둘에게 몇 가지 부호를 던졌다. 나는 숨이 막힐 정도로 끌어안긴 채 부끄러운 감정이 변온동물처럼 얼굴색을 붉혀야만 했다.


“언제 왔어?”

“중국에서 곧바로 넘어오는 바람에 연락 못했어.”


통사는 나를 품에서 다소 틈을 두면서 말했다. 청중들의 시선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듯했다.


“발표해”


하고는 나는 회의석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청중석에 앉았다.


그제야 청중들의 시선은 정리되었고, 그는 발표를 이어갔다. 강릉단오축제에 초정된 통사는 그날 나랑 강릉 시내를 걸었다. 일정이 있었지만 나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초청한 문화재청에서는 다소 난감해 했다. 


어쨌든 그 날 우리는 그가 머물고 있던 호텔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고, 호텔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다른 숙소나 방을 잡겠다는 나의 말에 그는 “같이 자면 되지” 하면서 자신의 호텔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강릉 앞바다가 창틀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포말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곧 라오스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말했다. 그리고 그게 건강한 통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며칠 지나 중국에서 중풍으로 쓰러졌다. 아, 그날 강릉의 수영장을 휘젓던 통사의 모습이 정말 그립다. 


나는 불면증과 우울증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 몸이 회복되는 그 순간부터 나는 통사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2022년 7월 7일 라오스 현지에서 라오스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한국의 스님들과, 각계 전문가로 꾸려진 방문단, 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의 ‘천도’를 위한 축제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전에 조직된 한국 라오스의 진정한 우정의 가교를 놓는 위대한 첫걸음을 뗄 것이다. 진정한 우정을 알려준 통사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입으로 우정을 외치는 우리들에게 그는 깊이가 다른 우정을 나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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